1) 명동 큰손과의 만남

고려증권에 근무하는 동안 나는 거의 매일 객장에서 하루 30분 정도씩 시황방송을 했다.
내가 시황방송을 할 때 전망이 맞든 틀리든 고객들에게 인기는 아주 좋았다.
심지어 내가 하는 방송을 듣기 위해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도 많았고,
직접 오지 못하는 다른 증권사 고객들이 우리 회사로 전화를 걸어 수화기 상으로 내 방송을 듣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그 당시에는 대부분 객장에 나와서 주식투자를 할 때였다. 또한 증권사 직원의 입장이면서도 신문에 광고를 내고 수시로 상공회의소 강당을 빌려
공개강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러자 MBC에서 라디오에 고정적으로 출연해 달라는 제의가 들어왔고, 그 후 약 2년간 라디오 방송을 통해 계속 시황설명을 했다.
이렇게 유명세를 타고 있을 때, 내 인생을 또 한번 소용돌이로 몰고 갈 운명적 만남이 다가오고 있었다.

고려증권 울산지점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인 1994년 10월의 어느 날, 다른 증권사에서 근무하고 있던 한 후배가 그 동안 나를 쭉 지켜보았다며
이런 말을 했다.

“선배님, 내가 명동에 있는 큰손 한 분을 잘 알고 있는데 소개해 드릴까요? 이 좁은 데 있지 말고 큰물에서 한번 놀아보세요.”

한 달 후쯤 어느 토요일 저녁, 나는 드디어 L회장을 서울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그리고 그 날 L회장 집에서 밤을 꼬박 새우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일요일 아침에 울산으로 다시 내려왔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날인 월요일(11월 마지막 주) 새벽에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깜짝 놀라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내다.”

내라니? 그 순간 그 음성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바로 그저께 토요일 저녁에 만나 어제 새벽까지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던 L회장이었다.
L회장은 이야기를 하면서 마지막에 이런 말을 했었다.

“앞으로 인연이 되면 언젠가 서로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고, 다시 만나게 되면 내가 말을 놓겠습니다.”

“인연이 되면 언젠가…….”라고 말했기 때문에 최소한 몇 달 후에나 만나 볼 수 있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연락이 오다니,
순간적으로 내 머리 속에는 뭔가 굉장히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거의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네, 회장님..”
“내하고 같이 일해 볼래?”

너무나 뜻밖의 말이었다. 이 꼭두새벽에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무엇을 망설이랴. 내 인생에서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최대의 찬스가 오고 있는데.
나는 이미 L회장을 만나기만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에 젖어 있었다.

“불러만 주시면 언제든지 찾아 뵙겠습니다.”
“음, 그럼 오늘 오후 4시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만나자.”

L회장은 불쑥 그렇게 통보하고는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니 오늘이라니! 월요일이라 나는 출근을 해야 했다. 하지만 나는 망설일 수가 없었다.
내 인생이 바뀔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는 간절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침 일찍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서 집안에 갑작스런 문제가 생겨 오늘 회사에 출근할 수 없겠다고 말하고 휴가를 냈다.
그리고 그 길로 공항으로 달려갔다.



다시 L회장을 서울에서 만났다.
그는 앞으로 6개월 후에 수백억 원의 자금을 투입하고 다른 사람들의 큰 자금도 함께 주식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아예 명동에서 증권사 지점 하나를 선택하여 나를 지점장으로 앉히겠다고 말했다.
증권회사에서는 대규모 자금만 끌어들일 수 있으면 지점장 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그리고 L회장은 나에게 명동에서 최고의 지점장이 한 번 되어보라고 말하면서 일단 매월 1천 5백만 원을 월급으로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금 1천 5백만 원이 든 쇼핑백을 나에게 곧바로 건네주었다.
그 순간 나는 솔직히 조금 망설였다. ‘무엇 때문에 이런 큰돈을 내게 선뜻 내어주는 것일까?
혹시 불법적인 주식거래에 나를 끌어들이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혹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L회장은 나의 이런 우려를 눈치챘는지 돈을 건네면서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받아. 앞으로 큰 돈을 만져야 할 사람인데……. 사람은 큰 돈을 보면 혹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지.
그래서 엉뚱한 생각 갖지 말고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주는 것이니까 염려하지 말아. 그리고 절대 불법적인 거래 따위는 안 하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렇게 얘기하니 그 돈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L회장의 생각은 이러했다.
1994년 9월말 종합지수가 1,000포인트까지 올라가면서 1989년 4월의 최고점 1,000포인트도 돌파했기 때문에 이제 본격적으로 2,000포인트를 향해서 올라간다고 생각했다.
또 이 당시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각종 신문이나 방송에서 향후 주가가 1,500~2,000포인트까지 무난하게 갈 수 있다고 막 떠벌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대규모 자금을 주식에 투자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큰 자금을 투입하는 데 확실히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찾던 중
마침 그와 친하게 잘 알고 지내던 후배의 소개로 하루 면접(?)을 보고 나를 선택했던 것이다.
그 날 L회장을 만나고 내려온 후 나는 곧바로 고려증권에 사표를 제출했고 사표는 그 해 12월 6일 수리되었다.

L회장은 아주 주도면밀하게 일을 진행하는 것 같았다. 명동에서 증권사 지점을 하나 선택하는 데 무려 5개월에 걸쳐
명동소재 전 증권사의 약정규모, 지점장 영업특징, 큰손들의 분포, 고객들의 성향, 직원들의 자질 등을 최대한 상세하게 파악해서 보고하도록 했다.
이왕 할 바에는 자신의 마음에 맞는 지점을 선정하겠다는 생각이었고, 본격적인 자금을 6개월쯤 뒤에 투입할 계획이었다.

나는 우선 고려증권 명동지점에 자리를 하나 확보한 뒤 명동지역에 있는 증권사 지점 하나 하나를 샅샅이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약 27개의 지점이 있었는데 나는 매일 각 증권사 지점을 다니면서 고객인 체 하고 직원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현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매일 명동으로 출근하여 마치 내 안방처럼 휘젓고 다녔다.
그리고 매주 L회장에게 조사상황을 보고하면서 주가 전망을 담은 보고서도 함께 제출했다.
그는 이미 대규모 자금을 따로 관리하고 있었는데 그 보유주식에 대한 전망을 수시로 나에게 묻곤 했다.
그렇게 L회장과의 잦은 만남을 가지면서 명동 증권가를 드나들던 중, 나의 주식투자관(觀)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2) 정보가 먼저냐 주가가 먼저냐

1995년 5월 말경 L회장과 나는 함께 사우나를 하고 있었는데 그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김 지점장, 내일 삼미특수강(現 현대비앤지스틸)이 상한가를 칠거야.”
“회장님, 무슨 좋은 정보라도 있습니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빙긋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정보는 무슨 정보, 만들면 정보지. 여하튼 한 번 두고 봐.”

다음날 나는 정말 삼미특수강이 상승하는지 살펴보았다.
아침에 약간 오름세로 시작하다가 장 후반에 가서는 갑자기 상한가를 치는 것이었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나는 오후 3시, 장이 끝나자마자 L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무슨 좋은 정보라도 입수했는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 사람아 정보는 무슨 정보, 돈이 말해주는 거지.”

그것은 L회장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돈으로 삼미특수강을 대량으로 매수하면서 상한가를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돈이 말해 준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아차!’하고 무릎을 쳤다.
이 말은 좋은 정보가 있어야 주가가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해온 나의 고정관념을 한 순간에 바꿔버렸다.
나는 혹시 하는 생각으로 이튿날 고려증권 명동지점에 가서 직원들에게 삼미특수강에 대해 물어보았다.
상한가를 친 배경이 무엇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직원들은 확실한 건 잘 모르겠다면서 들리는 바에 의하면 매출이 대폭으로 늘어난다는 정보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정보는 사실인지 아닌지도 잘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정보였다. 다시 말해서, 적어도
이번 삼미특수강의 경우에는 주가가 올라간 뒤에 ‘왜 올랐을까?’ 하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아무거나 정보를 갖다 붙인 격이었다.
이런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 그럴 듯한 정보로 둔갑하는 것이다.

물론 큰손이나 일부 작전세력들이 큰 자금을 가지고 주가를 고의로 끌어올린다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고,
또 그런 일은 증권사 직원들에게는 상식에 불과했다. 그래서 들리는 말이나 신문지상에 이런 말이 있어도 그 동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L회장의 “정보는 무슨 정보, 돈이 말해주는 거지.”라는 말을 직접 듣고 주가가 강하게 오르는 것을 목격하게 되자
나는 무언가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했고, 이후로 주식에 대한 나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좋은 정보(호재)가 있으면 주가는 올라가고 나쁜 정보(악재)가 나오면 주가는 떨어진다.
따라서 앞으로 주가가 올라갈지, 떨어질지를 잘 예측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정보(호재, 악재)를 빨리 수집해서 분석을 잘 해내면 된다고 생각해 왔다.
즉 ‘정보가 먼저 있고 뒤에 주가가 따라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내가 새롭게 깨달은 것은 ‘주가가 움직이면 정보는 뒤따라온다’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가나 기관투자가 등의 큰손들 입장에서는 대부분 좋은 정보가 있으니까 매수를 하게 된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일반투자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빨리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을 잘 한다 하더라도
고도의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큰손(외국인, 기관투자가, 개인큰손 등의 선도세력)을 결코 따라갈 수 없다.

또 주가를 움직이는 핵심 정보가 여러 가지 정보(수익성, 성장성, 안정성 등) 중에서 어느 것인지를 우리 일반들은 쉽게 알 수가 없다.
왜냐하면 정보 자체가 주가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자금으로 매수를 할 때 비로소 주가는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때 대규모 자금을 지닌 큰손이 어느 정보를 택해서 주식을 끌어올리느냐에 따라 주가는 올라가게 된다.

‘주가가 올라가는 데 반드시 이러이러한 정보가 있어야만 된다.’라는 법은 없다.
기업이 흑자가 날 때 주가가 올라간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꼭 ‘흑자가 나야만 주가가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엄청나게 적자투성이 기업이라도 ‘앞으로 흑자를 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주가는 크게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이 ‘앞으로’가 문제다. 한 달 후가 될 수도 있고 일 년 후 또는 그보다 훨씬 더 후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진짜 흑자가 날지 안 날지는 그때 가봐야 안다. 또 어떤 제약 회사의 경우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라는 이야기만 있어도
주가가 크게 올라가는 경우도 수없이 많다. ‘신약 개발’이라는 게 성공할지 안 할지도 모를 뿐만 아니라 판매까지는
수 년간의 임상실험 기간도 거쳐야 하는데도 말이다.

이렇게 그 결과가 확실하지도 않고 기약도 없는 정보만으로도 주식은 얼마든지 올라갈 수 있지 않은가.
그야말로 ‘고무줄’이요 ‘엿장수 마음먹기 나름’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왜 그런가? 그것은 주식투자란 현재 나타난 가치뿐만 아니라 미래의 가치 역시 중요한 투자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미래란 누구도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상태가 아닌가.
이렇기 때문에 어떤 기업이든 주가가 올라갈 수 있는 ‘정당한 이유’란 항상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주가가 올라가면 어떤 식으로든 그럴듯한 정보를 갖다 붙일 수 있다는 말이다.

나는 지금까지 ‘좋은 정보가 있으면 주가는 올라간다’ 고 생각해왔다. 여기서 도대체 ‘좋은 정보’란 무엇인가?
알고 보면 ‘반드시 정보가 좋은 것이어야 한다’라는 뜻이 아니라 ‘현재 좋다고 생각되는 정보’이면 되는 것이다.
진짜가 되든 가짜가 되든 그것은 나중의 문제일 뿐이다.

또 ‘주가는 올라간다’라고 할 때 언제 올라간다는 뜻인가? 주가는 절대 저절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큰 자금이 투입될 때 올라갈 수 있다.
그렇다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정보’를 가지고 누가 먼저 대량으로 이 주식을 사느냐에 따라 주가가 올라가는 시기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일단 주가가 올라가게 되면 애매한 정보는 좀 더 구체화되어 나타난다.
즉 주가가 올라가게 되면 ‘왜 올라가는가?’에 대한 정보는 얼마든지 갖다 붙이기 나름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주가가 올라가면 좋은 정보가 따라온다’가 되는 것이다.

‘주가가 정보보다 먼저다’하는 것은 주가와 경기싸이클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더 자명해 진다.

주가는 원칙적으로 실물경제가 뒷받침 될 때 상승하게 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경기싸이클보다 주가싸이클이 보통 6개월 정도 선행한다.
다시 말해서 경기가 바닥을 찍고 상승하기 약 6개월 전부터 주가는 이미 오르기 시작한다.
이것은 앞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큰손들이 6개월 전부터 미리 주식을 매수하기 때문이다.

결국 주가가 먼저 오르고 ‘실적이 좋아진다’는 정보는 나중에 나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일반투자자들은 상승초기에 주가가 올라갈만한 구체적인 정보가 안 나오기 때문에 쳐다만 보고 있다가 주가가 한참 오른 뒤에 가서야
비로소 기업실적이 좋아진다는 정보를 접하고 상승말기에 본격적으로 주식을 매수하게 된다. 반면에 큰손들은 이때 주식을 팔고 나가버린다.

그래서 월스트리트의 주식 격언에도 ‘강세 장세는 (일반투자자의) 비관 속에서 태어나, 회의 속에서 자라고,
낙관 속에서 성숙하며, 행복감 속에서 사라져 간다’ 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나는 도대체 무엇을 했단 말인가.

증권회사에 근무할 때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누구보다도 일찍 회사에 출근하여 여섯 가지가 넘는 신문과 복잡한 자료를 분석하고
미국, 일본의 친구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하며 주가가 올라갈지 내려갈지를 밤늦게까지 고민하지 않았던가.
결국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성질의 정보에 수많은 시간과 정력을 낭비해왔던 셈이 된다.

L회장은 삼미특수강이 상한가를 친 후 주가가 추가로 상승하자 이틀 후 팔아서 제법 수익을 남겼다고 자랑스러운 듯 나에게 말했다.
빠른 정보와 큰 자금을 지닌 큰손(외국인, 기관투자가, 개인큰손 등의 선도세력)들의 매매 행태가 모두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따지고 보면 그들도 자신들의 정보를 일반투자자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매매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결국 L회장의 매매 행태와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사정이 이러한데 일반투자자인 내가 사전에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이 도대체 무슨 필요가 있단 말인가.
정작 주가를 올린 사람은 아무 생각 없이, 또는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정보를 가지고 대량 매수를 했는데 말이다.

따라서 일반투자자가 수집하고 분석하는 정보란 뒷북치기 십상이다.
왜냐하면 주가를 끌어올리는 핵심정보는 큰손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여 주식을 매수할 때만 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식투자에 나설 때 정보를 잘 수집하고 분석해 내면 누구나 주식투자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주식시장을 하나의 ‘공정한 게임장’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인식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주식시장은 한마디로 말해서 완전히 ‘불공정한 게임장’이다.
생각해 보면 큰손들은 고급 두뇌의 전문가들을 고용하여 불철주야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뿐만 아니라
대규모 자금,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든지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반면에 전문적 식견이 없는 일반투자자들이 접하는 정보는 큰손에 비해 뒤질 수밖에 없고 또 전혀 쓸모없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돈 빼앗기 싸움터인 주식시장에서는 정보와 돈이 바로 힘이고 큰손들은 힘이 센 강자이며 일반은 약자인 셈이다.

따라서 주식시장은 강자와 약자의 싸움터이며 일반은 약자로서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을 하고 있는거나 마찬가지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나는 지금까지 해온 나의 주식투자 연구방법을 완전히 바꾸기로 결심했다. 이제 정보는 필요 없다.
소위 언론에서 전문가라고 떠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의미 없다.
정작 주가를 움직이는 것은 정보보다 돈이 우선인데, 그들은 대규모 자금을 지닌 실세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가가 움직이면 정보는 따라올 수 있다.
따라서 주가의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하면 그 주식을 매매하는 큰손들의 의도(저가매수, 고가매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큰손의 움직임을 무엇으로 판단해 낼 것인가이다.
그것은 바로 주가와 거래량의 움직임을 표시해 놓은 차트를 보고 판단해 낼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하여 그 후 약 2년간에 걸쳐 연구한 결과 개발된 투자기법이 내가 정립한 ‘파워분석법’이다.

공교롭게도 내가 L회장과 만난 직후부터 주가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1994년 11월 9일 1,145포인트를 최고점으로 종합지수는 계속 하락하여 1995년 5월말에는 무려 840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주식하는 사람에게는 주가가 떨어질 때 일에 대한 의욕이 꺾이고 만사가 귀찮아진다.
L회장에게도 그런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는 앞으로 종합지수가 2,000포인트 이상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나에게 여러 번 자신있게 말해왔다.
그런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자 대규모 자금투입 계획을 철회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주일에 두세 번 만나던 것이 1995년 4월 들어서부터는 한 달에 두세 번으로 줄어들었다.
그때 나는 “아차, 내가 너무 성급하게 생각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그리고 결국 1995년 7월을 마지막으로 L회장과의 관계는 끝이 나고 말았다.
이때 나는 “사람을 불러놓고 이렇게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상황도 아니었다.
지난 6월에 L회장을 만났을 때 그의 안색이 너무 안 좋아서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잠시 병원에 다녀왔다고 말하면서
주식 때문에 너무 괴롭다는 말을 했다.

그가 직접적인 말은 회피했지만, 증권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나의 경험으로 볼 때 굉장히 심각하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그가 처해 있는 사정은 대충 이러했다. 자금 운용이 여의치 않아 우선 이 증권사 저 증권사에 가지고 있던 많은 계좌에서 대규모로 신용매수한 것이
주가가 폭락함으로써 엄청난 손실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L회장은 증권사 지점 여러 곳에 많은 계좌를 터놓고 있었다.
94년 말에 L회장과 함께 여러 증권사의 지점장과 직원들을 함께 만났는데 그들이 모두 L회장의 계좌를 관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나로서는 너무 어이가 없어 눈앞이 아찔했다. 그 동안 금융권, 사채업자들에게 꼬박꼬박 지급하고 있던 이자를 어떻게 메꿔나갈 것인가.
그래도 증권사에 근무할 때는 대출금을 계속 연장하거나 이 금융권에서 빌리고 저 금융권에서 빌려 대처해 올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직장도 없기 때문에 만기 연장도 안 되고 당장 수입이 끊기게 되니까 매달 금융권에 내는 수백만 원의 이자가 큰 문제였다.
이 상황에서 다른 증권사에 재취업하기도 힘들었다. 두어 군데 말해봤지만 나이(만 40세) 때문에 힘들다는 것이었다. 방법이 없었다.
하기야 증권사에 그대로 근무하고 있었어도 결국은 부도가 날 일이었다. 이 때부터 모든 금융권의 대출금이 연쇄적으로 부도나기 시작했다.
이 참담한 현실 앞에서 하루하루가 너무나 견디기 힘든 고통스런 나날들이었다. 내 생애 처음으로 겪어보는 부도사태였다.
휴대폰과 삐삐에는 은행, 보험회사, 카드사에서 연체이자를 독촉하는 연락이 시도 때도 없이 오고 있었다.
집에도 계속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아내가 노이로제에 걸릴 판국이어서 우선 집 전화번호부터 바꿔버렸다.
나는 그저 때가 되면 꼭 갚겠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이즈음 나는 깜깜한 동굴 속에서 실낱 같은 빛이라도 찾아보려는 심정으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명동에서 남산 봉수대까지 오르내리고 있었다.
남산 봉수대에 올라 서울 시가지를 하염없이 쳐다보다가 내려오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힘없이 남산 계단을 내려오면서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을 하던 중, 한 가지 단호한 결심을 했다.
‘주식 때문에 쓰러진 인생, 주식으로 일어나겠다’고……. 그리고 주식의 본질을 파헤치기 전에는 결코 집에 내려가지 않겠다는 배수진을 쳤다.

그 후 나는 일 년 넘게 서울에 머물면서 오직 주식 연구에만 몰입했다.
그 동안의 생활비는 다행히 매월 L회장이 준 것을 어느 정도 남겨 놓았기 때문에 그것으로 간신히 충당할 수 있었다.



3) 주식시장은 속임수

1994년 11월 9일 종합지수가 1,145포인트까지 치솟았다가 그 후 5개월간에 걸쳐 계속 하락했다.
드디어 1995년 4월 13일 종합지수가 890포인트까지 내려갔다.
그러자 견디다 못한 투자자들이 데모를 한다는 소리가 들렸다. 명동의 소위 증권빌딩 2층에 있는 대유증권 객장에서 있다고 했다.
요즈음은 그런 모습이 없지만 당시만 해도 주가가 크게 떨어진다 싶으면 정부에 대해 주가부양책을 촉구하는 시위가 흔히 있었다.
대유증권의 객장에 가보니까 전광시세판은 꺼져 있는 상태에서 이제 막 구호를 외치려던 참이었다.
잠시 후 머리에 흰 띠를 두른 투자자들 두 명이 앞에 나가서 증시부양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자 앉아 있던 투자자들도 따라서 손을 들고
외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객장 한편에서는 부양책을 촉구하는 서명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언제 어떻게 연락을 받았는지 방송국 카메라를 든 기자들과 신문기자들이 들이닥쳐 시위장면을 촬영하고 취재하는 것이었다.
나는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기자들이 달려올 수 있을까. 그것도 데모가 시작된 지 불과 5분도 채 되기 전에 말이다.
이 의문은 잠시 뒤에 풀렸다. 그때 내 옆에 있던 몇몇 사람들의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친구들 또 하는구먼. 오늘 일당은 얼마씩 받았지?”
“이때다. 빨리 주식 사야돼.”

나는 시위가 끝난 후 이 사람들에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았다. 이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일부 큰손들이 주가가 크게 떨어지고
일반투자자들의 불만이 폭발할 즈음에 미리 주식을 사둔 뒤 몇몇 투자자들을 고용하여 일당을 주고 부양책 촉구 데모를 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오늘 데모를 주동한 사람들이 전에도 했던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리고 데모 시작 시간을 미리 방송국이나 신문사에 연락해주면 기자들이 곧바로 뛰어온다는 것이다. 이것이 신문이나 방송에 보도되면
지방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일어나고 그러면 정부에서는 이런 저런 부양책을 검토중이라거나 호재성 재료를 발표하게 된다.

설령 정부에서 부양책을 쓰지 않더라도 일반투자자들은 투자자 시위가 있게 되면 뭔가 부양책이 나오겠지 하고 주식을 매수하는 경우가 많게 된다.
이렇게 해서 주가가 반등할 때에 시위를 주동했던 큰손들은 팔고 나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음날 매일경제신문 증권면에는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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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자, 증시부양책 촉구 서명운동
주식투자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명동의 증권빌딩에 모여 침체를 지속하고 있는 주식 시장의 부양책을 정부에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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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위가 있은 후 주가는 다시 반등해서 1995년 9월 1,020포인트까지 올라갔다가 1997년 초 다시 600포인트까지 하락했다.
이 반등장세를 이용하여 1995년 7월, 9월, 10월에 큰손들이 대량으로 매도해 버린 것을 차트를 보면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결국 또 다시 개인투자자들만 물려버린 것이다.

나는 이번 일을 경험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지난 1989년 12월 12일 증시부양책 때도 그랬다.
1989년 4월 3일 증시사상 최초로 종합지수가 1,015포인트까지 올라갔다가 1989년 12월 12일 844포인트까지 하락했을 때
연일 투자자들의 시위가 이어지자 정부는 서둘러 부양책을 발표했다.
즉 1989년 12월 12일 정부는 재무부 장관의 특별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서라도 무제한으로 주식을 사겠다는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전무후무한 부양책을 발표한 것이다.
‘발권력’이 무엇인가? 돈 찍어내는 권한을 말한다. 다시 말해 무제한으로 돈을 찍어서라도 주식을 사주겠다는 말이다.
정부의 이 말에 일반투자자 누가 주식을 사지 않겠는가.

그 동안 의기소침해 있던 일반투자자들은 부양책이 발표되자마자 너도나도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자기 돈의 2.5배까지 주식을 살 수 있는
미수, 신용매수를 마구 해댔다.
그러나 12.12 부양조치 발표로 주가는 단 열흘 정도 상승 후 급락하기 시작하여 1990년 9월경에는 다시 종합지수가 560포인트까지 빠져버렸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무제한으로 주식을 사주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10여 일간 약 2조 7천억 원의 돈을 투입한 뒤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버렸다.
그리고 12.12 부양조치를 기다렸다는 듯이 증권사, 은행, 단자사, 보험사 및 정체불명(정치자금?)의 큰손들이 대거 물량을 팔아치웠다.
이때 일반투자자들이 신규 매수한 규모가 1조 원 정도였으니까 약삭빠른 세력들이 무려 3조 7천억 원의 주식을 팔아버렸던 것이다.

그로부터 약 10개월 뒤 1990년 10월 10일에 일어났던 통한의 깡통계좌 강제정리사건 때까지 주가 폭락으로 일반투자자들이 겪은 고통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내 고객 중 한 사람도 이때 자살했다. 결국 정부는 국민을 속인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한 때 주식시장에서는 12.12 부양조치가 정치자금이 빠져나가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나온 것이라는 루머가 떠돌아다니기도 했다.

나는 이 두 가지 사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명동에서 큰손들이 사전에 주식을 매수한 뒤, 일당을 주고 고용한 사람들로 하여금
부양책을 촉구하는 데모를 하게 함으로써 주가가 상승할 때 대량으로 처분하는 것은 일반투자자에 대한 명백한 속임수다.
또한 정부가 선의든 고의든 무제한으로 주식을 사주겠다는 12.12 부양책을 발표해 놓고 주가가 상승할 때 일부기관투자가, 큰손들이 대량 매도한 후
열흘 만에 약속을 어긴 것 역시 일반투자자에 대한 속임수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이런 현상은 비단 전체 장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개별 종목마다 모두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작전세력이 주가를 조작하기 위해 고의로 좋은 정보를 유포해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이때는 명백히 속임수를 쓰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인 투자가나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을 매수할 때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 때도 역시 속임수를 쓰는 거나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이들이 어떤 주식을 매수할 때 그 주식에 대한 좋은 정보를 일반투자자들에게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주가를 상승시킬 수 있는 정보를 남한테 말하지 않고 혼자서만 알고 주식을 먼저 매수한다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일종의 속임수라고 할 수 있다.

매도할 때도 마찬가지다.
나는 혹시 하는 생각으로 서점에 들러 책을 살펴보던 중 199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이론인 『게임의 이론(Game Theory)』과
『고스톱 잘 치는 법』이라는 책을 접하면서 주식투자가 속임수라는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되었다.

게임의 이론은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복잡한 현상을 해명하고 결과를 예측하는 학문이다.
이 책에서, 주식투자는 상대방이 있는 게임인데 내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타인의 손바닥 안’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즉 주식투자란 심리전이며 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어떻게 행동(매수 또는 매도)할 것인가를 잘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 상대방은 바로 우리 일반을 상대로 돈을 벌려는 큰손이며, 큰손의 상대방은 일반투자자들이다.

조금 심한 말이라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주식투자란 한마디로 ‘큰손이 정보를 이용하여 일반을 속이고 돈 빼앗는 게임’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상대방이 있는 모든 게임은 속임수가 기본이다.

예를 들어보자. 축구경기에서 차범근 선수가 공을 몰고 가는데 상대방 선수가 가로막게 되면,
차 선수는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또는 뒤로 모션을 취하면서 순간적으로 상대방을 속이고 비켜나간다.
패널티 킥을 넣을 때도 마찬가지다. 왼쪽으로 공을 차 넣는 모션을 취하면 골키퍼는 왼쪽으로 움직이게 되는데
이때 선수는 오른쪽으로 공을 차 넣어서 골을 성공시킨다.

우리는 보통 이것을 기술이 좋다, 개인기가 능하다라고 말하지만 실은 상대방 선수를 잘 속이는 기술이 뛰어나다는 말과 똑같다.
농구, 탁구 등 모든 경기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게임의 속성은 동일하다.

우리가 흔히 치는 고스톱도 마찬가지다.
‘고스톱 잘 치는 법’에 보면 ‘노름 10계명’이라는 게 있는데 그 첫 계명이 “노름 잘 하려면 많이 떠들어라.”이다.
친구끼리 고스톱을 칠 때 방구들이 뚫어져라 하고 심각하게 ‘팍 팍’ 치는 친구들이 있는데, 이런 친구들은 대개 돈을 잃게 된다.
반면에 맥주 한 잔 마셔가며 무슨 말이 그리도 많은지 할 소리 안 할 소리 온갖 이야기를 다 떠벌리며 치는 친구들은
얄밉게도 돈을 따가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상대방 손에 있는 화투패를 읽어내느냐 못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심각하게 화투를 치는 친구가 어쩌다 팔(새 그림)을 한 장 건져가게 될 때 얼굴이 환하게 밝아진다.
이때 막 떠벌리고 있는 친구는 ‘이 친구 고도리 하려고 하는구나’ 하고 방어적인 고스톱을 치게 된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패를 상대방이 철저하게 인식하지 못하도록 떠들면서 화투를 친다.

결국 화투칠 때 떠드는 소리는 내 패를 숨기고 상대방 패를 읽어내려는 하나의 속임수이다.
물론 순수하게 재미로 떠드는 경우도 많지만 게임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그렇다는 말이다.

따라서 고스톱을 잘 치려면 상대방이 떠드는 말소리에 현혹되지 말고 상대방 패의 흐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주식게임도 이와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주식게임에서의 속임수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정보다.
사실 주식시장에서 누구나 똑같은 정보에 똑같이 대응한다면 살 사람만 있거나, 팔 사람만 있거나 하여 매매거래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따라서 매매 순간에는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현상이 반드시 필요하다. 즉 주식시장에서의 속임수는 필요악이자 본질적인 문제가 된다.

그렇다고 주가를 고의로 조작하여 일반투자자들에게 노골적인 피해를 주는 작전(속임수)이 용납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선의든 고의든 주식시장에서는 항상 속임수가 있게 마련이니까
우리 일반투자자들은 속지 않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 착각현상은 바로 정보수집, 분석의 오류에서 발생된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일반투자자들의 정보수집, 분석은 느리고 부정확하다.
그러므로 일반투자자들이 정보를 접하거나 남의 말에 의존하여 주식투자를 하는 한 이 속임수에서 결코 벗어날 수가 없다.

그러나 매일 매일의 주가와 거래량 움직임은 큰손도 속일 수 없는 명백한 진실이다.
우리가 이러한 차트(주가, 거래량 움직임)를 유심히 관찰하게 되면 이 속임수는 얼마든지 피해갈 수가 있다.

1989년 12.12 부양조치 때도 큰손들이 대량으로 팔고 나갈 때의 모습이 차트에 이미 나타나 있다.

이와 같이 ‘주가가 정보보다 먼저’라는 인식과 ‘모든 주식거래가 속임수’라는 인식은
지금까지 가졌던 나의 주식투자관(觀)을 180도 바꿔버렸다.
그리고 이것이 ‘파워분석법’을 본격 개발하게 한 강력한 동기가 되었다.




이런 고백을 하는 심정은 매우 착잡하다.
자신이 속해 있던 세계에 대한 질타는 스스로 깨끗하지 못하면 결국 자가당착에 빠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 인터뷰에 그나마 응할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스스로 증권계의 일익을 담당할 때 마지노선과 같은 최후의 양심선만큼은 굳게 지켰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 나 역시 우리나라 증권시장의 그 모든 파행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다.
내 자신을 반성하는 차원에서 이 인터뷰가 이뤄졌다는 점을 독자들에게 미리 밝히고 싶다.
무엇을 들춰내는 것은 개선이 뒤따르지 않을 때 종종 천박한 흥밋거리가 되기 쉽다.
나는 사태가 그런 식으로 봉합되지 않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일선에서는 일단 물러나 있지만 여전히 나의 일터는 그곳 증권계이며,
꾸준히 노력해 내 꿈을 펼 곳도 바로 그곳이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정직하게 살기를 원할 것이다.
우리나라 증권시장도 그런 정직한 사람들이 모여 최소한의 룰만큼은 지켜지는 광장이 되었으면 한다.
펀드매니저의 모럴 해저드는 심각한 수준이다.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있다. 모든 종류의 모럴 해저드에는 당사자의 부도덕성과 함께
그 부도덕성을 조장하는‘객관적인 원인’들이 있는 법이다. 펀드매니저들은 우선 재량권이 없다.
하나의 펀드를 최소한 3년 이상 자신의 전적인 책임하에 운영할 기회가 거의 없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에는 진정한 의미의 펀드나 펀드매니저가 없다.

인센티브제가 정착되지 않은 것도 펀드매니저의 도덕적 불감증을 부르는 요인 중 하나다.
더 정확히 말해서 펀드매니저의 진짜 실력을 평가할 기준들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적정한 수준의 인센티브를 산출할 수 없는 것이다.
투신사나 뮤추얼펀드의 사장들이 매우‘시혜적인 입장’에서 임의로 쥐어주는 돈을 ‘인센티브’로 부르기는 어렵다.
그것은 차라리 보너스나 격려금으로 보아야 한다.

부도덕 조장하는 객관적인 원인들

펀드매니저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고액의 보수를 받는 것은 아니다. A급 펀드매니저의 연봉은 7천만 원에서 1억 5천만 원 수준이다.
그리고 일정하지 않은 인센티브가 있는 정도다.
지난해 엄청난 수익을 거둔 일부 뮤추얼펀드사가 자사의 펀드매니저들에게 3억~5억 원의 인센티브를 지불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고, 그것도 인센티브라기보다 회사의 매출 증가에 따른 보너스의 성격이 강하다.

펀드매니저들은 그래서 늘 ‘전직’을 꿈꾼다. 단기성으로 운영되는 펀드에서 성공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언제든 회사는 성적이 나쁜 펀드매니저들을 ‘자를’준비가 돼 있고, 펀드매니저 역시 한 회사에 정을 붙이고 눌러앉을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다.

자금의 단기운용 실적에 목을 매야 하는 국내 펀드매니저들은 시황분석이나 종목연구보다 작전성, 투기성 자산운용에 골몰한다.
수익을 내면 선이고, 손실을 끼치면 악이다. 그외의 판단기준은 없다. 손실이 발생했을 때의 책임을 펀드매니저 개인에게 물을 수도 없다.
자산 운용의 결정 과정에서 펀드매니저들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익률이 떨어지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그 책임은 결국 펀드매니저의 몫으로 돌아온다.

이런 착잡한 상황들이 펀드매니저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자리에 있을 때 한몫 챙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되고,
도덕적 의지가 약한 펀드매니저는 작전세력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 버린다.
펀드매니저들 중 그런 유혹을 받고 고민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공생하는 증권사 법인영업부와 펀드매니저

그러나 그 모든 열악한 상황이 일부 펀드매니저들의 도덕적 타락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모럴 해저드는 그저 모럴 해저드일 뿐이다.
거기에는 어떠한 변명도 통할 수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국내의 펀드매니저들은 이 악취 풍기는 모럴 해저드의 늪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심각한 것 중 하나는 펀드매니저와 증권사 법인영업부의 유착관계다.
증권사 법인 영업부는 기관의 펀드매니저들을 바라보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이 주는 물량이 수수료 수입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법인영업부에는 팀당 월 수천만 원의 ‘접대비’가 할당돼 있다. 이 돈을 누구를 위해 쓰는지는 불문가지다.
펀드매니저의 경조사 부조금, 휴가비, 룸살롱 향응, 각종 상품권, 해외여행비 등이 그 자금을 통해 집행된다.
부끄럽게도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이런 향응을 받지 않았다고 부인할 수 없다.

요즘에는 골프장 부킹이 가장 보편적인 ‘향응’의 수단이다. 자기 돈 내고 골프장에 가는 펀드매니저가 과연 얼마나 될까.
골프채 선물과 부킹, 골프모임 이후의 술자리까지 증권사에서 도맡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명절과 개인 기념일에 선물을 돌리는 것은 기본 메뉴다.

당장 각 증권사 법인영업팀의 서랍을 뒤져보라.
각 기관 펀드매니저의 주소와 연락처, 생일 등 각종 기념일, 개개인의 기호와 취미가 적혀 있는 리스트가 발견될 것이다.
이것을 단순히 상거래의 관행으로, 또는 비즈니스의 윤활유로 치부할 수 있을까.
이런 불공정 거래의 대가는 결국 누가 치러야 하는 걸까.

골프가 성행하는 대신 룸살롱 향응은 많이 줄었다. 그러나 술을 좋아하는 펀드매니저에게는 룸살롱 접대의 ‘약발’이 여전히 먹힌다.
그 풍속도는 익히 알려진 대로다.
우선 강남 1급 횟집에서의 저녁식사. 보통 최고급의 풀코스 요리를 대접받는다. 그리고 바로 룸살롱행이다.

강남 일대에서는 P룸살롱, W룸살롬 등이 펀드매니저와 증권사 직원들이 자주 모이는 장소다. 최고의 미인들이 모여 있다고 알려진 명소다.
악사들을 불러 노래를 즐기고 원하는 사람은 2차까지 나가는 ‘풀코스’다. 강남의 1급 S요정도 자주 이용되지만, 젊은 펀드매니저들은 이곳을 피한다.
한복을 입은 호스테스와 국악 연주 등이 왠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곳은 주로 간부급들의 회식장소로 이용된다.
물론 그날의 모든 비용은 증권사측에서 부담한다.

펀드매니저는 때로는 재정경제원이나 금융감독원 등의 관료들과도 골프를 친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펀드매니저가 관료들과 골프를 쳐야 하는가.
그들이 주장하는 대로 고급정보를 얻기 위한 루트로 활용한다고 쳐도 거기서 얻는 고급정보는 시장의 자유거래 질서를 심각히 훼손할 것이 뻔한 일이다.

각 증권사 영업팀과 펀드매니저, 일부 관료들의 학맥을 통한 ‘결탁’을 나는 매우 심각한 것으로 본다.
감독기관의 관료들이 증권계 사람들과 술 먹고 골프 치는 것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간 주식시장의 수많은 ‘작전’들이 적발되지 않은 이유 중에는 증권계와 관료들의 ‘친교’와 ‘눈감아주기’가 작용했다고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

각 투신사는 거래 증권사에 대한 주문 집행비율을 미리 정해놓는다. 기여도에 따라 랭킹을 매겨 주문비율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 결정과정 안에는 펀드매니저가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하며, 그 공간이 바로 펀드매니저의 ‘권력’을 잉태하는 텃밭이 된다.

펀드매니저는 증권사 사람들과의 이런 친교를 증권사가 제공하는 ‘고급정보’를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런 점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다. 정보의 유무가 투신사의 실적을 좌우하는 사활적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급정보의 제공 만으로는 펀드매니저를 움직일 수 없다. ‘향응’과 ‘특혜’가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

펀드매니저의 모럴 해저드는 증권사로부터 받는 ‘향응’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 중 상당수는 증권사 영업팀 브로커가 대신 관리해 주는 속칭 ‘모찌계좌(일종의 차명 계좌)’를 갖고 있다.
펀드매니저는 개인 실명으로는 주식투자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이 ‘모찌계좌’가 또한 펀드매니저의 모럴 해저드의 온상이 된다. 아니, 그것은
모럴해저드 정도가 아니라 불법, 탈법 행위다. 모찌계좌를 통해 펀드매니저는 주가조작 세력과 연결되고 자신도 투자를 통해 이득을 얻는다.

관료들과 골프 치는 펀드매니저

일부 파렴치한 펀드매니저는 이 모찌계좌를 이용해 작전 스타트 전에 주요 작전종목 물량을 저가에 ‘분양’ 받는다.
일정한 수익률 도달시(보통 2~3배) 처분해 현금화하는 것이 관례다. 물론 작전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해당 펀드매니저가 컨트롤하는 종목 외에 다른 작전종목도 상호 교환방식에 의거해 은밀히 교환된다.
보통 당일 종가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단타를 이용해 차익을 챙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신이 개인적으로 투자한 종목의 주가를 의식하며 자산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도 있다.
‘도덕적 타락’의 극치를 이루는 경우이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고객이 맡긴 돈을 가로채는 것이나 진배없는 행위다.
주가 폭락시 펀드매니저는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의 수익률보다 자기 매매 계좌의 평가손이익에 더 관심이 많은 경우가 허다하다.

국내 펀드매니저들은 도덕적 자질에도 문제가 있지만, 실력이나 경험 측면에서도 선진국 펀드매니저들에 비해 그 자질이 현격히 떨어진다.
펀드매니저를 제대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5년 이상의 장기 펀드를 펀드매니저의 책임하에 운영하게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증권사 브로커 등을 지내다가 형식적인 관문에 불과한 전문운용인력시험을 패스하더라도 진정한 의미의 펀드매니저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제대로 된 토양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일반투자자들의 단기투자 행태가 개선돼야 하며,
주식 매매 수수료 수입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증권사들의 수익구조 다양화가 무엇보다 요구된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는 펀드매니저가 되기 전의 ‘historical record’가 매우 중시된다.
보통 애널리스트 과정을 거치고, 소규모 펀드에서 2~3년간 좋은 실적을 쌓은 자만이 대형 펀드의 펀드매니저 밑에서 보조역을 맡을 수 있다.
보조역을 맡은 기간에 자질이 검증된 사람에 한해 진짜 펀드매니저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펀드매니저를 키울 토양이 없다

펀드매니저의 ‘historical record’를 통해 옥석을 가리기 위해서는 매우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실적 측정 방법이 정착돼야 한다. 우리나라
펀드매니저의 세계에는 그런 것이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컨대 지난 1년 국내 몇몇 펀드매니저들이 엄청난 실적을 냈다고 치자.
그게 과연 펀드매니저의 실력이 출중했기 때문일까. 결단코 아니다.
사상 유례가 드문 그런 강세장에서 그 정도의 수익률을 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historical record’를 측정하는 진정한 취지는 결코 결과만 놓고 평가하자는 것이 아니다. 절대적인 수익률이 문제가 아니다.
수익을 올리기까지의 투자행태와 과정을 면밀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펀드매니저의 실력을 이렇게 평가하면 표면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펀드매니저가 수익을 많이 낸 펀드매니저보다 더 높은 평점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일부 이름난 펀드매니저는 언론과 소속 회사가 합작해 만들어낸 하나의 거대한 환상이다.
수익률을 조작해 인위적인 스타를 만드는 것이다. 각 자금운용사들이 ‘스타’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스타의 ‘조작된’실적을 보고 고객들의 ‘눈먼 돈’이 굴러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스타들은 종종 펀드를 엉망으로 만들기 일쑤이고, 명성만으로 다른 회사에 스카우트돼 또 다른 펀드를 망친다.
이들에게 펀드를 운용할 전적인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 만큼 책임을 묻기도 사실은 어렵다.
하나의 펀드가 망하는 것에는 펀드매니저 위에서 이들을 감독하고 지휘하는 운용사의 경영진에도 큰 책임이 있는 것이다.
투자철학이 부재한 상황에서 시류에 편승해 펀드를 설정하고 보자는 경영진의 무모한 욕심에도 문제가 있다.

나는 우리나라의 펀드매니저들도 경제연구소 또는 기업심사부에서 애널리스트나 심사역을 최소한 3~5년 정도 지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을 거친 사람이 소규모 펀드를 운용해 보고, 다시 대형 펀드매니저의 보조 역할을 맡는 것이 순서다.
이 과정을 거친 사람 중 가장 자질이 출중한 사람들이 펀드매니저라는 명패를 달 수 있어야 한다.

펀드매니저가 작전세력과 연계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년을 놓고 볼 때 코스닥시장은 거의 전 종목에 작전세력의 입김이 닿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역시 작전세력으로부터 상당한 유혹과 제의를 받았고 한번은 작전 가입 직전에까지 간 적이 있다.

내가 잘 알고 있는 한 증권사의 영업이사 Q씨는 증권사 고위 간부급으로는 드물게 아직까지 작전에 깊숙이 개입돼 있다.
과거에는 중·소형주 작전에 골몰하다 지난 1년 간은 코스닥시장의 작전에 몰입, 엄청난 재미를 본 인물이다.
이런 거물을 그냥 놔두고 30대 펀드매니저 정도나 구속하면서 난리를 피우는 모습을 보면 쓴웃음이 나온다.

보스는 살고 ‘히트맨’만 죽는다

마피아 영화를 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보스는 무슨 짓을 해도 잡히지 않고 경찰이 고작 잡아내는 것은 살인을 직접 저지른 ‘히트맨’들 뿐이다.
작전세력의 뿌리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고, 그 조직의 힘도 대단하다.
작전세력들은 혹 적발되더라도 핵심분자들에 대해서는 절대로 입을 열지 않는다.
보호해야 할 사람은 끝까지 보호하는 것이다. 또 곁가지로 참여하는 사람은 주도세력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이게 마피아 조직이 아니고 뭔가.

이번에 구속된 D투신의 펀드매니저 P씨도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람이다.
단죄를 피할 수 없게 됐지만 내가 아는 바로는 그는 엄청나게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이었다.
평소 기업 실사를 그처럼 자주 나가는 사람을 나는 보지 못했다. 스카우트와 전직이 유행할 때도 그는 한눈을 팔지 않았던 사람이다.
수년 전 애널리스트 시절 2천만 원 정도의 소액계좌를 운영하며 내게 추천 주식을 문의하던 소박한 증권맨에 불과했다.

그를 변호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1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사람이 단지 생활에 쪼들려 작전세력의 돈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아마도 작전세력의 돈을 받지 않고서도 세종하이테크의 주식을 샀을지 모른다.
포트폴리오에 편입될 자격이 있는 주식이라면 돈을 받고 주식을 매수해 준다 해도 그리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도 그런 유혹을 받아본 적이 있기 때문에 그 심정을 너무도 잘 안다. 그 결단의 순간에 만감이 교차하는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어쨌든 그는 받아서는안 되는 돈을 받았다.

그런 사람까지 작전세력의 돈을 받게 됐다는 것은 무엇을 방증하는 것일까.
펀드매니저들의 도덕적 해이가 이미 갈 데까지 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P씨가 속한 작전세력 외에 상습적으로 작전과 주가조작을 일삼는 작전그룹을 잡아내지 못한다면 이번 사태는 그 흔한 마피아 영화를
재상영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과연 잡아낼 수 있을까. 그간의 경험을 놓고 볼 때 나는 그 가능성을 그리 높게 보지 않는다.

다시 증권사 영업이사 Q씨의 얘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
그는 명문대 출신으로 각 증권사와 투신사에 같은 학맥으로 구성된 자신의 ‘패밀리’를 거느리고 있다.
국내 작전 ‘패밀리’의 인맥은 학연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대학 인맥 외에 과거 일류 상업학교 인맥의 파워도 엄청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전의 성패는 평소 이 패밀리를 얼마나 탄탄히 꾸려 가느냐에 달려 있다.

증권계에서 학맥이 발휘하는 파워는 대단하다.
나 역시 세칭 명문대 출신으로 각종 모임에 얼굴을 내밀고 있지만 선·후배들의 유치하기 짝이 없는 ‘학맥 얽기’는 정말 구역질이 날 정도다.
도대체 학맥이라는 게 뭔가.

작전 패밀리는 해외로 MT도 간다

같은 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삼삼오오 모여 자기들의 집단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다.
서로 봐주고 끌어주고 잘못을 은폐해 주는 구조는 말단 증권사 직원으로부터 멀리는 정부의 고위관료들에게까지 연결돼 있다.
내 말을 정면으로 부정할 증권맨들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무슨 자유경쟁이 있겠는가.
어떻게 작전세력의 발본색원이 가능하겠는가.
수많은 작전이 색출되지 않은 이면에는 증권계의 학맥으로 얽힌 ‘돌봐주기’백태가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술자리를 자주 갖는 것은 물론이고 가끔 해외로 MT를 떠나기도 한다.
증권사 법인영업부 직원, 전주인 사채업자, 펀드매니저, 증권사 브로커, 드문 일이지만 패밀리의 일원이 된 기자가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
패밀리 구성원의 배신은 곧 파멸을 의미하므로 패밀리의 충성심 관리는 평소 Q씨가 가장 신경 써야 할 대목이다.

작전이 걸리면 Q씨는 상황판부터 만든다.
작전종목 선정 - 매집 - 물량 분양 - 1차 가격상승 유도 - 2차 가격상승 유도 - 물량 처분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이
일목요연한 도표와 그래프로 처리된 상황판이다. 이 상황판에 작전 변경을 위한 붉은 줄이 많이 그어질수록 작전은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작전의 총책임자는 실패할 확률의 극소화를 위해, 그리고 만에 하나 적발시 핵심패밀리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된다.
종목 선정은 그래서 중요하다. 상장된 대형주들은 아예 작전권밖에 있다.
가격상승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들고 팔아야 할 결정적인 순간에 팔 수도 없기 때문이다.

작전은 아들에게도 알리지 않는다

작전주는 그래서 중·소형주 중에서 간택된다. 호재성 재료가 있는 주식이면 더 좋다.
좋은 투수가 볼과 스트라이크가 구분이 안 되는 제구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좋은 작전주도 일견 탄탄한 재무구조와 호재성 재료, 성장 가능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막판에 의심 많은 개미투자자를 일거에 따돌리고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부광약품 등 과거 약품회사 주식이 작전주의 총아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신약개발 임박 등 제약회사 특유의 성장성을 교묘하게 선전해
잘 모르는 투자자들이 대거 추격매수에 나선 탓이다. 제약회사의 신약보다 훨씬 전문적이고 복잡한 수익구조를 가진 벤처기업의 주식이
새로운 작전주의 소재로 떠오른 것도 이런 맥락의 연장이다.

매집은 은밀하게 이뤄지는 것이 생명이다. 매집 단계에서 비밀이 새면 작전은 실패다.
‘쫀지(추격매수·따리)’를 붙는 투자자들로 초기단계에 주가가 뛰어버리기 때문이다.
‘작전은 아들에게도 알리지 않는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여러 증권사에 분할해 주식을 매집하고 혹시 ‘쫀지’를 붙는 낌새가 보이면 보유 주식을 신속히 팔아치워 추격매수자들에게 겁을 준다.

1차 가격상승을 유도할 때 펀드매니저는 1차 물량을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킨다.
그래서 주가가 오르면 우선적으로 자신의 모찌계좌에 있는 주식을 처분한다. 혹시라도 꼬리가 잡힐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서이다.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하면 작전세력이 퍼뜨리는 루머가 나돌기 시작한다. 주식이 세차게 올라가기 시작하면 개미투자자들 이 관심을 기울인다.
추격매수자가 늘면 한 차례 세차게 끌어내리기도 하고 다시 거센 속도로 주가를 올리기도 한다.

철저한 회수 메커니즘, 전주들에게 손해란 없다

주가가 상황판에 설정돼 있는 최고치에 달했을 때 작전세력은 철수(매도)를 준비한다. 매도는 매집의 역순이라 보면 된다.
자기들끼리 은밀하게 사고 팔면서 조금씩 매수 주문을 줄이는 방법이다.
이때 펀드매니저는 2차로 물량을 받아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펀드매니저는 물량 1만 주에 8천만~1억 원 정도의 사례금을 받는 것이 관행화돼 있다.

작전세력이 모두 철수하고 나면 그 ‘바가지’의 대부분은 영문을 모르는 개미들에게, 일부는 돈을 받고 물량을 받은 펀드매니저에게 돌아간다.
이것이 ‘작전’의 고전적인 패턴이고 가장 일반적인 유형이다.

작전에 참여한 패밀리는 어떻게 돈을 나눌까. 예를 들어 1만 원짜리 주식이 500%의 수익률을 내 5만 원이 됐다고 치자.
그 중 평균 300%는 작전의 총책임자인 주포의 모찌계좌로 들어간다. 60% 정도는 대량매매를 맡은 증권사 브로커의 수수료 수입으로,
50% 정도는 주가 조종을 위해 수시로 팔고 살 때 필요한 관리계좌 비용으로 들어간다.

돈을 댄 전주에게는 보통 90% 정도의 약정수익이 돌아간다. 전주의 계좌를 통해 거래하기 때문에 전주는 돈을 떼일 염려가 없다.
전주가 담보를 잡고 돈을 댈 때는 1주일에 약 2% 정도의 이자를 받을 뿐 작전이 성공한 데 대한 특별한 대가는 받지 않는다.

일반 투자자들은 설사 작전이 실패했을 때라도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다. 돈을 댄 전주가 원금을 찾기 위해 하한가에라도 보유 주식을
무조건 팔아치우기 때문이다. 전주는 통상 50억 원 이상 거액의 작전자금을 대는 만큼 그 회수 메커니즘 역시 매우 철저하고 빈틈이 없다.
특정 주식이 별다른 이유 없이 하한가 행진을 하는 이유 중에는 작전이 도중에 실패한 후 전주의 원금 회수로 인한 경우가 많다.

각 증권사나 투신사의 애널리스트들도 종종 작전세력에 가담한다. 이들은 작전이 시작되기 전 증권사의 작전 브로커나 해당기업의 오너,
또는 자금담당자들과 담합한다. 해당기업의 경영진들은 기업 IR를 실시해 펀드매니저의 기업 방문을 유도하는 일방, 작전이 시작되면
애널리스트들로 하여금 유리한 리포트의 생산을 유도한다. 작전 성공시에는 성공 보수를 받고 지속적인 연계와 협력, 공생관계를 약속하기도 한다.

최근 각광받는 코스닥의 ‘쪽집게 도사’애널리스트들도 일부는 작전세력과 깊은 커넥션을 유지하고 있다.
이 글을 읽으며 아마 가슴이 뜨끔해질 애널리스트가 분명 있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들이 작전세력과 연계돼 있기 때문에 쪽집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만한 일반투자자들이 얼마나 있을까.
도대체 기업의 내재가치나 성장 가능성은 주식투자에서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이런 작전세력들 때문에 진짜 실력 있는
벤처기업들의 주식가치는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를 상실하고 만다. 시장침체의 방지를 위해 이런 악습들은 덮어두고 가야 한다고
강변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는 많다.

작전은 그러나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훨씬 크다. ‘패밀리’끼리 혈서를 써가며 맹약을 하지만,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약속을 지키기는
지난한 일이다. 불법, 부도덕한 비즈니스를 매개로 맺어진 조직인 만큼 서로간의 신의를 100% 확신할 수 없다.
돈을 ‘먹어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는 설정돼 있지만, 이 목표를 ‘절대적인 가치’ 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대단한 카리스마가 필요한 것이다.

이들 ‘패밀리’가 직면한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 최초 작전이 개시됐을 때 비밀을 얼마나 확고히 유지할 수 있겠느냐이다.
작전 진행 초기 절대적인 보안이 성패를 좌우하지만, 패밀리에 속한 구성원들이 그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밀을 지켰을 때의 이익이 깼을 때의 이익보다 최소한 커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필요로 한다.

두 번째 문제는 작전 가담자들조차 작전의 성공 여부를 확신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작전이 중간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면
작전 종료 전에 ‘딴 주머니’를 차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설혹 작전에 차질이 없다 해도 패밀리의 일원들은 ‘딴 주머니’를 찰때 생기는
금전적 유혹에 끊임없이 시달리게 된다.

차명계좌를 통한 거래가 가능한 상황에서는 작전 대상주가 상승하기 직전 주식을 매입, 최고의 가격에서 팔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
아이러니는 ‘패밀리’구성원의 이런 배신 때문에 작전 전체가 실패로 돌아가며, 개개인이 더 많은 차익 실현을 위해 노력하면 할수록
작전의 성공 가능성은 희박해진다는 점이다.

신종 수법 ‘풀코스 작전’

이런 고전적인 작전 패턴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여러 가지 새로운 수법이 기존의 수법들을 대체하고 있다.
이들의 타깃은 주로 코스닥시장에 진출하는 신생 기업들이다. 창업 단계 때부터 코스닥 등록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이른바 ‘풀코스 작전’이 그것이다. 이런 풀코스 작전이 가능해진 배경에는 과거 사채업자들이 대거 창투사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현재 등록된 창투사는 150개가 넘고, 그외에 사채업자 수준을 넘지 않는 사이비 창투사들을 합치면 그 수를 제대로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창투사를 세우면 일단 여러 가지 세제혜택이 있다. 지하에 묻힌 자금을 지상으로 끌어내려는 정부의 고육지책이 작용한 결과다.
겉으로는 번듯한 창투사 간판을 달고 있지만 그 구성원은 벤처기업을 인큐베이팅할 노하우도 없고, 그럴 의지도 없다.
기존 사채업자들이 창투사 간판을 달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갈 길은 결국 작전이다.

이들 사이비 창투사들은 기존 증권회사의 전·현직 브로커, 공인회계사,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등을 패밀리로 구성해 기성 작전세력들의
‘사업모델’을 급격히 대체하고 있다. 이들은 회계사를 동원한 재무제표 작성 - 코스닥 등록 - 주가 띄우기 - 주식 처분 등 전 과정을
일괄공정으로 처리한다. 창투사는 과거의 전주 역할을 함과 동시에 주가 띄우기에 적극 개입, 사실상 주포 역할을 맡기도 한다.

창투사는 작전 대상으로 ‘찍은’회사가 코스닥에 등록하기 전부터 보유 주식의 일부를 펀드매니저에게 넘긴다.
펀드매니저는 이 주식을 헐값으로 분양받은 대가로 주가 띄우기에 열을 올린다. 자신의 노력으로 주가가 오르면 소득으로 직결되니 만큼
물량을 받은 펀드매니저들은 무리해서라도 주가 띄우기에 일조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현재 테헤란밸리 작전세력의 주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과거 전통적인 작전은 적발 위험이 크고 실패할 확률이 높은 반면,
코스닥 ‘풀코스 작전’은 위험도에 비해 수익률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한때 은퇴했던 작전세력의 대부들도 코스닥시장의 열풍과 함께
대거 작전 대열에 컴백하고 있다.

실패하는 작전도 부지기수

이들은 프리 코스닥기업의 대주주, 또는 오너와의 결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세종하이테크의 경우처럼 오너 스스로 주가관리를 위해 작전세력의 힘에 의존하는 경우도 있다.

작전세력은 코스닥 등록이 임박한 회사를 찾아가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 주식을 액면가의 10배 이상으로 공모한 뒤
몇 달 안에 주가를 3~4배 정도 띄워주겠다는 것이 다. 이들은 액면가의 10배 정도에 산 주식을 피라미드 형태로 되팔기를 계속,
주가를 띄우고 자신들도 엄청난 이득을 취하곤 한다. 그 과정에서 증권사 브로커, 애널리스트들은 고유의 업무를 통해 주포 세력을 돕고
반대급부를 챙기는 것이다. 최근 작전세력들의 새로운 풍속도에는 ‘외국자본’흉내내기가 있다.
외국인의 투자성향을 맹종하는 국내 투자자를 비웃기라도 하는 작전 테크닉이다.
과거 국내 증권사들이 운영하던 소위 ‘오프 쇼어’펀드를 흉내낸 것으로 작전세력과 사채업자가 공동으로 만든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의 수법은 간단하다. 동남아시아나 바하마 군도, 케이먼 아일랜드 등 조세가 면제되는 곳에 유령 펀드를 세우는 것이다.
이들이 만든 ‘가짜 외국자본’이 국내 주식을 매입하면 투자자들은 현혹될 수밖에 없고 작전의 성공 가능성은 비례해서 커지게 마련이다.

과거 국내 유수의 증권사들도 비슷한 방법으로 국내 시장에 투자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본 적이 있다.
레버리지를 이용해 이자가 싼 외국은행의 돈을 빌려 국내 주식에 투자하기도 했지만, IMF 직후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오르는 바람에
그야말로 혼쭐이난 적이 있다.

펀드매니저도 문제이지만 투신사나 뮤추얼펀드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하다.
나는 이들 회사의 펀드 운용이 사이버 거래를 통해야 한다는 점을 강력히 주장하고 싶다.
고객들이 맡긴 돈을 투자할 때 비싼 수수료를 증권사에 내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이냐는 것이다.

사이버 거래 피하는 투신사들의 담합

거기에는 매우 비열한 야합이 개재돼 있다. 최근 증권사를 만든 한 자산운용사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이 뮤추얼펀드는 계열 관계 증권사에 투자 주식의 30%를 넘긴다. 그리고 나머지 70%는 국내 A와 B증권사에 물량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자금을 운용한다. A와 B증권사는 이런 물량 위탁의 대가로 이 뮤추얼펀드 계열의 증권사에 자신들이 소유한 투신사의 물량을 넘긴다.

수수료가 정상거래의 10분의 1에 불과한 사이버 거래를 하지 않는 이유는 자명하다.
정상거래를 통해야만 챙길 수 있는 수수료 이익이 연간 수백억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 수수료를 과연 자산운용회사의 관계 증권사가 챙길 자격이 있는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펀드매니저들이 일반거래를 고집하는 ‘표면적인’이유는 증권사로부터 얻을 수 있는 고급정보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각자의 주식을 바터 형식으로 위탁하는 투신사와 증권사들이 무슨 고급정보를 주고받을 동기가 있나.
증권사 설립이 허가된 대투나 한투도 계열 증권사를 통해 주식을 매매하고 이 매매가 저렴한 사이버 거래로 이뤄지지 않는 한
그 대가 없는 매매수수료의 부담은 투신사에 돈을 맡긴 고객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고객의 돈을 자기 돈처럼 생각하지 않는 모든 자산운용회사는 근본적으로 ‘모럴 해저드’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같으면 그런 회사에 절대로 돈을 맡기지 않을 것이다.

한 자산운용회사는 비자금 조성 등 다른 목적을 위해 위장 관계사를 세우기도 한다. 이것이야말로 부도덕의 극치라 할 수 있다.
과거 건설회사들이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사용한 수법들을 고스란히 배워 실천하는 것이다.
고객의 돈을 횡령하는 이런 행위들이 언젠가는 철퇴를 맞을 날이 올 것이다.

주식시장에 관계하는 모든 인력들이 이런 부도덕한 불법 행위에 맛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부 파렴치한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검은 돈 축적하기’ 백태는 이미 심각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일컬어 ‘주식시장의 검은 세력과 그 동조자들’이라고 부른다.